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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세상 밖으로, 두 사람이 찾은 초록빛 일터

이데일리

조선소를 떠나 15년째 집에만 머물렀던 박영훈 씨와, 예전 일터에서 늘 타박만 받았던 강인호 씨가 전국 128곳 사회적농장에서 자존감을 되찾고 있습니다. 다그치지 않는 하루 네댓 시간의 노동이 두 사람에게 새 삶을 열어주었어요.

경남 거제에 사는 박영훈 씨는 1996년부터 2010년까지 조선소에서 선박 기관실을 시운전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게 됐고, 친척 집에 신세를 지며 술에 기대는 날이 늘었습니다. 건강은 눈에 띄게 나빠졌고 결국 정신질환으로 중증장애 판정을 받았죠. 그렇게 15년을 집 안에서만 지내다 지난해에야 처음으로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를 세상과 이어준 곳은 사회복지사가 소개해준 거제시 연초면의 '다온영농조합'이었습니다. 700여 평 남짓한 이 농장에서 박 씨는 이제 자신처럼 뒤늦게 찾아온 장애인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돕고 있습니다. "내 아들이 서른이다. 여기 오는 장애인들 보면 다 자식 같다"며 "모두 어려움을 이겨내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제주에 사는 발달장애인 강인호 씨의 사정도 비슷했습니다. 예전 체육관 청소 일터에서는 조금만 늦어도 크게 혼이 났다고 해요. "우리는 비장애인이 하는 일을 따라 하기 힘든데, 그 사람들은 장애인이 아니니까 우리를 이해 못한다"고 그때를 돌이켰습니다. 지난해 서귀포 상효동의 화훼 농장 '푸른팜'으로 자리를 옮긴 뒤로는 시든 꽃을 정리하고 나르는 일을 하며 술도 끊고, 혼자 밥을 먹으러 나갈 수 있을 만큼 자립심을 되찾았습니다.

두 사람이 몸담은 곳은 2023년 제정된 법에 따라 인증받은 '사회적농장'입니다. 올해 5월 말 기준 전국 74개 시군에 128곳이 있고, 지난해에만 4436명이 이곳에서 돌봄과 교육, 일자리를 얻었는데 그중 80%가 장애인이었답니다. 생산성을 다그치지 않고 하루 네댓 시간만 일해도 되는 구조 덕분에, 이곳은 일터를 넘어 다시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다온영농조합을 세운 양홍수 대표는 "장애인들이 이 농장을 가교 삼아 세상에 발을 디디고, 언젠가 어엿한 일자리까지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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