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토종 씨앗을 지키는, 일흔 살 농부 대학생

전북 임실 마당재의 김창호 씨는 일흔에 원예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도 멸종 위기 옥수수와 고추 씨앗을 정성껏 돌보고 있어요. 트랙터에 사다리를 싣고 이웃집 지붕 수리를 도우러 가는 길도 거르지 않습니다.
섬진강 상류, 전북 임실 관촌면의 깊은 골짜기에 마당재가 있어요. 그 능선에 자리한 작은 농장에는 일흔 살 농부 김창호 씨가 살고 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전주의 한 대학 허브조경과에 입학해 칠순의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어요.
김씨의 밭에는 흔한 작물 대신 멸종 위기에 놓인 토종 씨앗이 자랍니다. 추석 무렵 거두는 토종 찰옥수수는 다른 품종과 섞이지 않도록 사방이 막힌 골짜기에 일부러 늦게 심었고, 그물망을 두른 격리 재배지에서는 토종 고추를 따로 키우고 있어요. 토종 수비초에 개량종 꽃가루를 더해 알이 굵고 식감 좋은 새 품종을 만드는 작업도 한창인데, 씨앗 하나가 온전한 품종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6년에서 9년이 걸린다고 해요.
농사 못지않게 마음을 쓰는 일이 이웃과 나누는 정이에요. 트랙터 오른쪽에 커다란 철제 사다리를 단단히 묶고 5km 떨어진 마을로 향하는 날도 잦은데, 지붕 수리가 필요한 이웃집 일손을 도우러 가는 길이랍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전 이장에게는 "형님, 고추가 잘 됐네요"라며 넉살 좋은 인사도 건네죠.
한때 수십 가구가 모여 살던 마당재는 이제 한적해졌지만, 멸종 위기의 씨앗을 거두려는 손길과 트랙터 가득 실은 사다리는 여전히 이 골짜기의 정을 잇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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